2009년 6월 6일에 24번째 생일을 맞을 김현중을 생각하면서 2406곡이 담겨있는 본인의 아이팟에서 6곡을 골랐다. 작성자의 사심을 가득 담은 리퀘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이 목록은 그러나 일종의 트리뷰트고 하나의 스페셜리스트다. '행복이란‘이 오롯이 김현중 의 곡으로 알고 넘어갈 팬들을 생각한다면(그 곡은 1970년대 히트한 조경수 님의 동명의 곡을 다시 부른 것이다), 김현중은 좀 더 노력해야 한다. 단계별 노력의 지점에서 아래의 곡들을 한번쯤 불러준다면 기쁘겠다. 당사자가 볼 리가 없다 해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6곡을 고른 건 아니거든(..)

각 곡은 저작권법에 충실하고자 1분 내외로 끊었습니다. 아쉬우면 검색하시고 김현중씨는 각각의 CD를 보내드릴테니 메일을 주세요. rangbom★gmail.com입니다 까만별을 @로 바꾸는 센스정도는 수동으로 발휘해주시구여........(..)


1.

The Strokes - I'll try anything once (싱글 ‘Heart in a cage pt.2’, 2006)


이 곡은 스트록스의 정규 3집 앨범의 1번 트랙, 'You only live once'의 데모곡이다.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의 두 곡을 줄리안은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그 자신조차 익히 들었을 수식어 ‘잠에 취해 전화를 받는 새벽 3시의 목소리’를 이 곡에서 여과 없이 들려준다. 과연, 이어폰을 통해 들으니 정말 더 그런 것 같다. 언제 자모음이 흩어질지 모르는 불안 불안한 발음마저 서정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김현중이 자정에서 새벽녘에 잡힌 라디오 스케줄에서 이 곡을 흥얼거린다면, 그는 그 방송을 듣고 있는 모두의 공간을 신세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당사자들은 이 곡을 엄연한 싱글로 발매해놓고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하는 호기로움을 보였다. 진짜 자신감이다. 롹커의 배짱이다. 뭐, 갈비집 경영에 여념이 없는 줄스는 사실 아무 생각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그는 작년, LA에 한국식 갈비집을 오픈했다).

2.

My aunt Mary&지선 - 우리 사랑하지만 (드라마 ‘어느 멋진 날’ OST, 2006)


김현중의 소속사 선배 출신인(..) 성유리가 공유와 함께 주연했던 드라마 ‘어느 멋진 날’은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으나 시청률 외의 면에서는 썩 괜찮은 면면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사운드트랙이다. 흔히 ‘홍대 앞’으로 통칭되는 뮤지션 피라미드에서 아마도 탑시드에 자리할 마이앤트메리가 전면에 나선 이 사운드트랙은 과연 삽입곡으로서의 자세에 충실하게 해당 영상물을 앞지르지도 않지만, 그것을 떼놓고서도 여전히 유효한 악곡 개개로 자리한다. 서건(공유 분)와 서하늘(성유리 분)의 엇갈린 감정의 지점에서 매번 플레이되었던 이 곡은 그중에서도 단연 메인이다. 상냥하면서도 수줍은 가삿말과 이를 딱 정량의 목소리로 담아내는 정순용과 지선의 보컬은 락을 사랑하고 기타를 사랑하는 김현중이 장르와 취미에 기반하여 대중적인 듀엣곡을 만들고 부른다면 어떤 식이 적정하고 또 근사할 지를 선행하고 있다.

3.

유앤미블루 - Bird (영화 '...ing' OST, 2003)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좋아하고 또 즐겨부르는 김현중을 보며 늘 이 곡을 떠올렸다. 영화 ‘...ing'에 삽입된 유앤미블루의 Bird는, 한국판 Creep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아니. 오히려 앞의 수식어를 빼버리고 사운드트랙으로서의 의미도 벗어나서 완전한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두어도 지나치지 않을 거라 장담한다(실제로 영화상에서도 원래 Creep을 넣고 싶었으나, 그 판권료가 어마어마한 탓에 이 곡을 지어 넣었다고 한다). 이 곡이 언제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들을 때마다 되려 곱씹을 수 있는 까닭은 사랑노래의 형식을 띠지 않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현학적인 눈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톰 요크보다 좀 더 비극적이고 음울하지만 대상에의 의지가 꿈틀거리는 목소리를 지닌 이승열 덕분이기도 하다.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목소리란, 그를 두고 하는 말일 터다.
유앤미블루의 1집은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렸다. 그것은 완성도가 시대를 앞서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영민한 뮤지션이라면 흐름을 읽는 눈 또한 필요하겠지만, 하나의 형식이 히트치면 모두 그것만을 따라가는 요즘의 가요계에 비춰보면 그런 식의 아둔함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뮤지션 김현중에게 다가올 언젠가의 특별할 그 날을 위해 추천한다.

4.

김사랑 - Feeling (1집 ‘나는 18살이다’, 1999)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사에서 뚝뚝 떨어지는 절절함에 뜨악할 때가 있다. 누가 들어도 그의 경험에 기반한 가사임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곡은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고 어떤 드라마보다도 일상적인데, 그래서 더러는 뮤지션의 과거가 속절없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내게는 ‘Feeling'을 듣고 난 직후 김사랑이 특히 그래보였다. ‘죽음 같은 너와의 이별‘ 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기에 이런 가사가 나오느냔 말이다. 부르는 목소리조차 너와 헤어지면 곧 죽어버릴 것,처럼 절절하다. 그러나 구질구질하지는 않다. 김사랑 자신의 카리스마 탓이다. 이러한 카리스마는 자기 길을 확신하고 걸어온 인간이 자연스럽게 지니는 은연중의 존재감이다.
‘Feeling'은 1집의 타이틀 그대로 그가 18살일 때 낸 첫 앨범 수록곡이다. 그러니까 많이 봐서 18살에 쓴 거지, 사실은 그보다 더 어릴 적에 썼단 이야기다. 김사랑은 데뷔 적에 비견되었던 서태지와는 달리, 누구나 아는 뮤지션은 아니지만 이 곡 하나로 누군가의 기억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뮤지션이 되었다. 언젠가 락커로 도약할 김현중이 한없이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를 고민하며 헤메일 때에 김사랑을 상기했으면 한다.

5.

midnight hour - Running away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 시즌 2 에피소드 14 삽입곡, 2006)


어떤 노래는 백번을 듣고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휘발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노래는 한 번만 듣고도 평생 잊혀지지 않기도 한다. 전자는 생각 없이 듣고 지나가는 유행가가 주로 그러할 것이고, 후자는 내 경우에는 딱 한번 본 영화나 드라마 속 노래가 특히 그러했다. 그리고 미드나이트 아워의 이 곡은 그 정점에 서있다. 드라마는 별로 특별하지 않았는데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밤새 구글을 뒤적거린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노래의 형식이 신선하다거나 한 건 아닌데, 네가 날 찾을 수 없게 떠나버리겠노라 절규하던 목소리와 가사가 도무지 잊혀지질 않았다. 찾아낸 건 부른 이들의 이름이 미드나잇 아워라는 것 외에는 없어서 허탈하게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곡은 내 아이팟에서 가장 잦은 빈도로 재생되는 노래 중 하나이다.
피천득은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 세 번째는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회고한다. 피천득과 아사코가 아니더라도 우리들 각자에게는 분명 그러한 인연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이 채 못 되게 듣고도 잊혀지지 않는 곡을 낸다면 그는 위대한, 까지는 속단이더라도 특별한 뮤지션일 것이다. 김현중이 그런 뮤지션이 되기를 빌며 골라보았다.

6.

Sentimental Scenery - Bling Bling (Can-U F1100 CF 삽입곡, 2009)


제목에는 CF삽입곡이라고 적었지만, 사실 CF에 나오는 곡은 타루의 블링블링이다. 센티멘탈 시너리의 블링블링은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도(일단 타루는 여자고 그는 남자다) 하나의 느낌을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곡해석에 개성이 없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CF 삽입곡이 가진 컨셉슈얼한 면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처에서 들리는 블링블링한 벨소리와 여기저기 보이는 블링블링한 핸드폰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이 곡은 실상 김현중이 부르기엔 음역대도 그렇고 별반 맞지 않는다. 다만 약간의 바람을 가장한 사심을 가장해 선곡했다. 다이나믹 킨 CF를 듣고 보며 조금 아쉬웠거든. 원 톤의 네온컬러 배경 속에서 헤드폰을 끼고, 트렌디한 복장을 하고, 샤랄라하게 웃으며 아래위로 팔다리를 죽죽 뻗고 휘두르며 이런 시부야케이 장르의 CM송을 립싱크하는, 이를테면 아이팟 광고같은 컨셉이 한번 주어졌으면 한다. 별 다른 세트나 컨셉 없이 그것만으로도 ‘다 이루어 낸’광고가 될 것이다. 여자 파트너가 있어도 괜찮겠다. CM송을 디지털 싱글로 내면 더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