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이 런던에 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것들


제가 뒷조사에 가입할 무렵, 런던에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모두가 레인코트 서너 벌과 긴 우산 두어 개는 가지고 있는 이 곳이지만
눈이 이렇게 온 것은 실로 몇 십 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이었죠.
게다가 그 눈은 몇 시간만에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게 쌓였죠.

비를 부르는 아이돌, 그 아이돌의 리다의 팬이 되기로 작심을 한 순간
런던에는 비가 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와 회사는 참으로 기쁘게도 그날 놀았답니다.
외곽에서 기차로 통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기차가 안다녔거든요.

대신 우리는 하이드 파크랑 켄징턴 공원에서 이렇게 놀았죠.



뒤에 보이는  큰 집은, 다이애나 비와 영국의 두 왕자님, 윌리엄과 해리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켄징턴 궁전이에요.
그저 집 같아 보여도, 나름 궁전일 뿐이고....
지금은 고인이 된 다이애나 비의 기념관으로 사용하거나 가끔 왕자님들이 와서 엄마를 추억하기도 하죠.

그러나 요즘 해리 왕자님은 나이가 나이니 만큼, 첼시의 클럽에 더 자주 출몰하시는 것 같고,
윌리엄 왕자님은 아마존 밀림을 구하고, 야생 동물 보호를 하러 다니고 비행사 자격증을 따느라 분주하죠.  

그날의 대박은 역시 넥타이 까지 맨 돼지 눈사람님과, 자이언트 눈사람님.



하지만 런던의 여름은 유럽에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름에는 런던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잡은 큰 공원인 하이드 파크와 켄징턴 가든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죠.
하이드 파크에는 여름 내내 큰 뮤직 페스티벌들이 열리고,
켄징턴 가든에 위치한 세르팡타인 갤러리는 매년 유명 건축가를 초대해서 큰 파빌리온을 짓습니다.
그 날은 런던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툭하니 튀어나온 예술을 무심한 듯 즐기는 런더너들을 만날 수 있죠.



작년에는 프랑크 게리가 파빌리온을 지었습니다.
자못 엉성해 보여서 비 새는 것을 보려고 비오는 날 가봤는데, 비가 새지 않았어요. 그는 역시 천재 건축가.
한 몇 년 후에, 유럽에 진출한 SS501이 하이드 파크에서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을이 되면 우리는 코트깃에 "포피"라고 불리는 개양귀비 꽃을 답니다.
영국의 상이군인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건데요.
그러고 보니 현중이 생일이 같은 의미를 가진 현충일이군요.



런던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앞서
우리가 아는 런던의 이미지는 바로 이런 것들이죠.



그러나 이런 것들은 부디 관광 안내서를 통해서 습득하길 바래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죠.



런던 시민들은, 쌩 판크라스 역에 이별을 아쉬워하는 연인의 동상이 세워졌을 때, 모두 오오오 제발 저런 짓만은 하지마~목놓아 외쳤고,
아직도 왜 템즈강은 당최가 바다도 아닌데 파도가 치고, 시큼 털털한 냄새가 나며 갈매기가 사는지 궁금해 하고 있죠.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맞이하여, 런던은 한창 공사중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런던의 보행신호는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나요?
늬예늬예 일본이랑 비슷해요.
다만 다른 점은 우리는 무단횡단의 고수들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김현중님은 정말루 2012년 올림픽에는 높이뛰기 대표로 참가할 건가요?

그런데 이런 런던에도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무조건 튀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와 피쉬 앤 칩스.
아..보기만 해도 우울.
체중은 나날이 늘어만 갈 뿐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 아름다운 런던에서....마라톤도 하면서 열심히 뛰어주고..



가자지구에 폭격을 했다는 참담한 소식이 들리면 주저 없이 나가 평화 시위에 참여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노을 내리고 저녁이 되면, 조쉬 하트넷이 나오는 레인맨 공연도 보러가고...



아름다운 실비 길렘 여신이 나오는 모던 댄스 공연도 보러갑니다.





그리고 밤이 으슥해 지면 우리는 집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와 클럽에 가죠.

음하하하~~ 이 대목을 쓰기 위하여 저는 저 위에 저리도 많은 사진을 올리며 변죽을 울려댔던 것이죠.



런던에는 수 많은 클럽들이 있어요.
모든 종류의 하우스와 테크노와 일렉을 들을 수 있죠.
가끔 드럼 앤 베이스 나잇이라고 불리는 밴드의 생음악도 들을 수 있고,
고급 클럽부터 누구나 줄만 서면 선착순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종류는 아주 다양하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몇 군데를 알아 볼까요.

런던남쪽빅토리아역근처의Pasha,
런던동쪽파링던의현재런던클럽순위1위에빛나는Fabric,
이스트엔드의쉭한라운지Lounge Lover,
브릭레인의요가교실빵집식당커피하우스그리고최강의드람앤베이스나잇이열리는Cafe 1001,
그리고런던남쪽엘레펀트캐슬에있는이름도어마어마한 Ministry of Sound.
헥헥....헥헥....

그러나 제가 가장 사랑해마지 않았던 13년 전통의 클럽 TheEnd는 지난 1월에 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슬픔을 달래려 TheEnd Closing Party 사진 몇 장....



TheEnd가 문을 닫는지도 모르고, 저는 그 전날 파리로 향하는 유로스타 안에 떡하니 앉아있었죠.
커피를 홀짝대면서 우아하게 아침 신문을 펼쳐든 순간, 저는 그 기사를 보고 유로스타에서 뛰어내릴 뻔 했습니다.
그러나 속절없는 유로스타는 도버 해협을 건너는 해저 터널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고....

그날은 최강의 DJ들이 TheEnd의 마지막을 기리려 왔었죠.
가끔 주위에서도 "내가 우리 와이프를 십 년 쯤 전에 거기서 만났지...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왔던지"하고 회상하는 분들을 볼 수 있을만큼,
영국의 클럽은 많은 이들이 젊음을 불사르는 그 어떤 장소였던 것이죠.

이제는 나이가 나이니 만큼, Bungalow 8같은 프라이빗 멤버쉽 클럽도 들락거리게 되었지만,
사실 저는 주말에 이렇게 줄 서서 친구들이랑 맥주 먹으면서 왁자지껄 기다리면서
술 한잔 시켜들고 신나게 춤추면서 놀 수 있는 이런 클럽들이 더 좋아요.

그리고 이런 클럽을 빛내주는 나의 사랑 DJ님들
전 유럽을 휘젓고 다니시는 프랑스 뒤제이 Laruent Garnier님과 Ministry of Sound에서 요즘 자주 뵙는 Yousef님







이렇게 하여 <김현중이 런던에 관해 알아야 할 몇 가지 것들> 포스팅이 대충 마무리가 되었군요.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조금 섭섭하죠?

부록-"다이제스트 요점정리, 현중씨의 런던 생존법"

1. 우리나라 국적기가 뜨고 내리는 런던의 공항 이름은 Heathrow (라고 쓰고 히드로라고 읽는다).
일본으로 귀국시 이용할 공항 역시 히드로. 고로 다른 공항 이름까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Special Tip 1: 불행히도 국적기가 내리는 시간은 런던의 교통체증이 급 증가하는 시간.
                    히드로에서 런던 시내 중심 파딩턴역으로 가는 급행 기차가 몇 개 있다.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에서 25분.
Special Tip 2: 지하철로 오는 방법은 급 비추. 멀미한다, 현중아.


2.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보고 싶어진 김현중씨.
길가는 사람들을 잡고 힘껏 "웨얼 이즈 써브웨이~"를 외쳤다....
그러나 그는 한 샌드위치 집에가서 빵에 양파를 넣네 마네하고 점원과 30분간 실갱이를 했을 뿐이고!

Special Tip 1: 런던 지하철은 London Underground (언더그라운드) 혹은 Tube(튜브).
                    해운대 바닷가에서 사용했던 고무 튜브를 생각하며 외쳐야 한다. "튜브 스테이션~"
Special Tip 2: 멀리 가고 싶지 않다면 "웨얼 이즈 더 니어리스트 튜브 스테이션". 그래야 몸이 안 피곤하다.


3. 런던에 덥지 않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하고 겹겹이 껴입고 런던에 도착한 현중씨.
지구 온난화로 런던은 무지 더웠을 뿐이고.
"웨얼 이즈 더 니어리스트 튜브 스테이션"을 외친 덕분에
땅 속 깊숙히 내려가 튜브를 탄 현중씨는 사우나에 온 것 같았다는데..
앗, 주위를 바라보니 런더너들은 유유히 가방에서 물을 꺼내서 홀짝대고 있을 뿐이고!

잊지 말자, 런던의 여름은 가끔 덥다.
그리고 지하 깊숙히 파내려간 런던의 튜브의 온도는 가히 살인적.
그가 즐겨 마시는 생수. 후회하지 말고 지참하자.

Special Tip: 시원하게 물을 벌컥 들이키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둘러 보던 현중씨.
                 "노약자와 임산부는 기절할 수 있으니 물을 휴대하시고 누가 쓰러지면 도와주세요"라는 표지판 발견.
                  마침 옆에서 기절해 쓰러지는 한 임산부를 젖먹던 힘까지 내, 온 몸을 던져 구하다!


4. 생수를 입수하기 위해 수퍼마켓에 들른 현중씨. 온갖 종류의 물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는데.
나는 이상한 것은 안 마신다고 거듭 다짐을 하고 신중하게 골라보긴 하지만,
하필 고른 것이 가스가 잔뜩 들어있는 일명, 까스물.

잊지 말자, 생수는 Still Water, 까스물은 Sparkling Water.
잘 찾아보면 여기도 제주도 물 맛이 나는 생수와 똑같은 물이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Special Tip 1: 그 놈은 파란색.
Special Tip 2: 까스물이 뭔지 모를 때는 흔들어 보라. 거품이 보글보글 일면 그 것은 까스물.


5. 스틸 워터를 벌컥벌컥 들이킨 현중씨. 화장실이 급해졌다.
우주스타 체면에 아무데나 으슥한 곳을 찾을 수도 없고....그는 그저 급하다.

그렇다면 주저없이 Pub으로!
Public House의 준말인 영국의 술집 펍은 대부분이 화장실이 공개되어있다.
체면이고 뭐고 상관없다. 주저없이 들어가서 급한 용무를 유유히 해결하도록.
술을 마시는 이들이나, 서빙하는 이들이나 다들 각자의 용무에 바빠 아마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Special Tip: 화장실은 주로 지하나 위층에 있다. 그 두 곳을 먼저 공략하도록.


6. 급한 용무를 해결한 김에 펍에 자리를 잡고 앉은 현중씨.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은 받지 않고..
사람들은 멀뚱멀뚱 자리만 차지하고 앉은 그를 째려본다.

펍에서 술을 먹을 때는 과감히 바로 가서 주문을 하도록 하자.
그러나 "생맥 500이요"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는다.
그 펍에서 만드는 맥주의 종류는 바에 가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작은 컵은 Half Pint ("하프"파인트라고 읽는다. 해프가 아니다...하프다),
큰 컵은 Pint(라고 쓰고 파인트라고 읽는다).

Special Tip 1: 요상한 맥주 이름을 모르겠거든,
                    아무거나 찍어 "This"라고 외친 후 하프 파인트 또는 파인트라고 외쳐라.
Special Tip 2: 그러나 잘못하다가는 시큼한 Cider(라고 쓰고 사이다라고 읽는다)를 먹을 수도 있다.
                    여기의 사이다는 다이나믹*이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그 어떤 영국식 복불복~


7. 펍에서 기네스를 발견한 현중씨.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이번에는 못 가보니 옆 동네에서나 마셔보자고  
신나게 "기네스 하프 파인트, 플리즈"를 외쳤다.
그러나 한 모금 찔끔 마신 기네스는 닝닝한 온도의 정통 기네스.
그 펍은 기네스를 제대로 뽑아내는 정통 펍이었건만 처음 맛보는 정통 기네스는 생선만큼 비리다.

Special Tip 1: 가끔 Guiness Extra Cold를 파는 펍이 있다.
                    엑스트라 콜드를 마셔라. 이건 아일랜드에서도 잘 볼 수 없는 희귀상품!

Special Tip 2: 1664 혹은 Leffe라고 써있는 맥주가 있다면 것도 마셔라~
                    프랑스와 벨기에 수도사들이 만들던 정통 유럽 대륙 맥주다.


8. 한 큐에 유럽 3개국 맥주를 마시고 어지러운 현중씨.
바람을 쏘이러 템즈강 가에 나갔더니, 내 사랑 관광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나는 기왕이면 요트가 좋지만 저것도 나쁘진 않아보이는군, 타볼까?
그렇다면 Pier(라고 쓰고 파이어라고 읽는다)를 찾아라. 거기가 바로 선착장.

Special Tip 1: 발음을 너무 굴려서 퐈이어~하고 외쳐버리면 난데 없이 불을 찾는 취객대접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가 담뱃불을 찾냐며 라이타를 꺼낼 수도 있다.  
                    잊지말자- 여기는 정통 영국 영어의 본고장 런던.
                    시크하게 무심히 파이어하고 외쳐주자.

Special Tip 2: 템즈 강가에는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이라는 유명 미술관이 있다.
                    그리고 그 두 미술관을 이어주는 페리가 있다.
                    이것을 타고 두 미술관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관광의 묘미.


9. 배를 타고 미술관에 온 현중씨.
런던의 미술관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입장료가 없다.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터너를 감상하고, 테이트 모던에서는 콘템포러리 아~트를 즐겨주셨다.
그러나 대충보지는 말자.
대충 보고 한국가서 "나 런던에서 모나리자 봤어, 으헝헝"하면 돌 맞는다.


10. 미술관에서의 문화생활에 살짝 지친 현중씨. 하이드 팍에 가서 광합성을 하기로 한다.
여기 저기 널려있는 편해보이는 의자들.
조금 앉았더니 누군가가 와서 돈을 달라고 한다.
그가 진초록색 의상을 입고 Royal Parks라고 된 미터기를 들고 있으면 돈을 주자.
런던의 공원은 기본적으로 여왕님의 소유.
그러나 이 돈은 공원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서 쓰이니 안심해도 된다.

Special Tip 1: 싫음 걍 바닥에 앉아도 된다. 런던의 공원에 개x따위는 없다.

Special Tip 2: 높은 곳에도 공원이 있다.
                    런던 북쪽 Primerose Hill (이라고 쓰고 프림로즈 힐)이나
                    Hamstead Heath(라고 쓰고 함스테드 히스라고 읽는다)이 바로 그들.
                    신기하게도 별로 안 높은데 런던 시내가 다 보이는 프림로즈 힐에선
                    운 좋으면 기네스 펠트로 아줌마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정말 기대할 것은 사과양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콜드 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씨?
                   
                    그리고 정말 땀 뻘뻘 흘리고 기어 올라야 하는 함스테드 히스에선
                    마귀할멈이 나올 것 같은 큰 나무를 찾아보자. 몇 개 있다.
                    또 거기엔 신기한 풀이 많다. 단, 아무거나 만지면 손에 독이 오를 수 있으니 조심.
                    특히 깻잎처럼 생긴 것. 한국음식이 그립다고 아무거나 잡아뜯어서 먹지 말자.

Special Tip 3: 무서운 것을 좋아하는 현중씨. 함스테드 히스 근처에 귀신 시인이 나오는 펍이 있다.
                    주로 그는 여자 화장실에서 출몰!


11.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단락으로 정리하는 영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지루하니 한 큐에.

영국의 여왕은 군림하되 지배하진 않는다. 정부의 대표는 Prime Minister(수상) 그리고 영국은 의원 내각제.
현재 수상의 이름은 토니 블레어가 아니라 고든 브라운이지만 조만간 바뀔지도 모르니 조심.
영국은 유럽 연합의 일원. 그러나 영국의 통화는 유로가 아니라 파운드. 이건 조만간 바뀌지는 않을 모양.
무수한 식민지를 거느렸던 영국답게 런던에는 많은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호주, 캐나다, 버진 아일랜드 등등등.
이 모든 이들의 악센트는 다 특색있게 다르다.
괜히 쟤는 영어를 안써...이러구 절망하지 말자.
우리가 아는 정통 퍼블릭 스쿨(이라고 쓰고 사립학교라고 읽는다)의 악센트는
단지 그 많은 종류의 악센트 중, 하나일 뿐.